오늘은 우리 고장의 최고봉 원적산에 오르기로 한 날입니다. 일행은 이천버스터미널에서 합류하여 백사면으로 향합니다. 현방리에서 서쪽 송말리 방향으로 1킬로미터쯤 가면 마을 입구에서 안내판이 친절하게 방문객을 맞아줍니다.

 

 

 

 

잘 만들어 놓은 마을 안내판

 

마을에 들어서자 온통 빨갛게 다 익은 산수유 열매들이 춥고 매마른 겨울 풍경을 색감있게 바꿔놓고 있습니다. 산수유는 봄의 전령사로 오는 노란 꽃만 아니라 가을 겨울에 익어가는 붉은 열매도 이에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농부들은 저 많은 열매들을 과연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수확할 수 있을까 일행들은 걱정스런 얘기를 나누어 봅니다.

 

 

 

 

온통 붉게 익은 산수유 열매

 

 

 

 

 돋보이는 안내판

 

계곡길을 따라 얼마쯤 가자 오늘 산행의 기점인 영원사가 나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주차장에 자동차가 거의 스무 대도 넘게 있어 아마 무슨 행사가 있는 듯합니다.

 

 

 

 

주차장을 채운 자동차들

 

영원사는 신라시대에 창건한 천년도 넘은 사찰로 전해지고 있는데 특히 은행나무는 나이가 무려 팔백 살에 이른다고 합니다. 최근 몇 건물을 새로 지어 절의 규모가 커졌어도 분위기는 여전히 고적하기만 합니다.

 

 

 

 

 

 

 팔백년 된 은행나무

 

 

 

 

고요한 사찰 영원사

 

절의 동쪽으로 난 등산로를 타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른쪽엔 나름대로 이름이 있는 고시원건물이 있습니다. 여기서 공부하여 사법고시 등의 시험에 합격한 이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요즘도 운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영원사 고시원

 

산길에 접어들어 가장 먼저 만나는 소나무 숲길입니다. 이어 참나무류의 활엽수림이 일행을 맞아줍니다. 원적산행길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제법 경사도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굳었던 몸이 풀리는 때라 그런지 쉼터에 도착하기까지 약 십오 분 정도 걸리는 이 산길이 항상 가장 숨이 찹니다. 이때 갑자기 위쪽에서 사람들 무리가 나타나 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배낭 규모를 보니 산에서 야영까지 하고 내려온 모양입니다.

 

 

 

 

입구의 소나무들-가장 힘든 구간

 

겨울철이라 옷도 많이 껴입어 땀이 차기 시작합니다. 겨우 한 걸음씩 떼어 첫 번째 쉼터에 다다릅니다. 마침 표지판과 나무의자가 놓여 있는데 등산객에게는 그렇게 고마울 데가 없는 훌륭한 장소입니다.

 

 

 

 

첫 번째 쉼터

 

이제부터는 원적산의 주능선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됩니다. 약간씩의 높낮이가 있긴 하지만 아까처럼 어려운 구간은 없습니다. 평탄하고 길게 뻗어있는 산의 척추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산행을 이어갑니다. 봄날 사월의 이 길은 진달래가 유독 많이 피어나 꽃 산행을 즐기기도 합니다. 오늘 날씨는 겨울치고는 춥지 않아 좋은데 안개가 잔뜩 끼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아쉽습니다.

 

 

 

 

평탄하고 부드러운 주능선길

 

조망도 부족한데다 오늘은 쌓인 눈도 전혀 없어 이른바 겨울 산행의 진미를 맛보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데 잠시 이천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자면 겨울철에 눈이 자주 오지도 않으며 내리는 양도 적어 눈을 밟으며 산행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눈을 밟으며 산행을 하는 것이 작은 행운이랄 정도입니다. 너무 춥지 않고 찬바람이 불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달래가며 발걸음을 뗍니다.

 

 

 

 

불발탄 표지판 앞 대화 나누는 일행들

 

안개가 조금 걷히며 원적봉과 천덕봉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거대한 방파제나 파도처럼 보이는 원적산의 주능선입니다. 정상 부근에는 며칠 앞서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산의 위엄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천의 서북쪽 경계인 백사 신둔 마장면에 원적산을 비롯한 비교적 높은 산들이 늘어서서 겨울철 북서풍을 가로막아 줍니다.

 

 

 

 

장대하게 보이는 산의 주맥

 

눈이 거의 다 녹아 질퍽거리는 등산길을 한걸음씩 떼어내다 보니 드디어 산의 제 2봉인 원적봉(564미터)에 도달합니다. 정상에는 아까 만났던 야영객의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남아 짐정리를 하거나 비닐천막 안에서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안개가 조금 걷혀 조망은 겨우 산 아래 산수유 마을이나 설봉산 정도만 가려낼 수 있습니다. 가져온 온수를 마시며 일행은 잠시 숨을 고릅니다.

 

 

 

 

안개에 덮여 있는 이천, 가운데는 설봉산

 

 

 

 

원적봉과 야영객들

 

이제부터는 원적산행의 최고 백미라 꼽을 수 있는 원적봉~천덕봉 구간을 걷는 것입니다. 거대한 용의 잔등과 같은 장중한 주능선을 걷는 즐거움이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산 덩치도 큰데다가 사격장 때문에 나무를 다 베어놓아 사방으로 시원스런 전망을 확보할 수 있어 정말 상쾌하게 걸을 수 있는 산길입니다. 5월에 오면 고사리나 취가 많아 산나물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여름철이나 가을철에 올 때면 억새풀들이 산을 뒤덮고 있어서 초원 속을 걷는 기분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장중한 원적봉 천덕봉 길

 

 

 

 

사격장 주의 표지판

 

잠시 원적산을 오르는 경로를 소개해 봅니다.

 

첫째, 넋고개 동원대에서 시작하여 영월암에 이르는 6~7시간의 종주 코스

둘째, 도립리 낙수재폭포에서 정상을 거쳐 되돌아오는 3시간의 짧은 코스

셋째, 오늘처럼 영원사에서 정상 임도를 거쳐 되돌아오는 4시간의 코스

넷째, 넋고개에서 임도 따라 도립리 마을까지 걷는 3~4시간의 걷기코스

다섯째, 곤지암 만선리나 금사면 주록리에서 올라오는 코스 등

 

 

 

 

 원적산 산행 지도

 

올 때마다 산뜻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산등을 큰 힘 들이지 않고 걷습니다. 봉우리 세 곳 정도를 지나 마지막 최고봉인 천덕봉 634미터 고지에 당도합니다. 이천 광주 여주 세 고장의 경계에 솟아있는 원적산은 이천의 최고봉으로서 높고 장대하게 솟구친 주능선이 힘차고 빼어납니다. 구름 안개에 가려 있지만 사방의 산세들을 어느 정도 조망할 수 있습니다. 넋고개 정개산에서 치솟아 올라오는 산맥이 가장 강하게 느껴집니다. 날씨만 좋으면 여기서 양평 용문산과 원주 치악산 용인 태화산이 보이고 저 멀리 충주 월악산 영봉까지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전망을 자랑합니다.

 

 

 

 정상의 표지석과 안내판

 

일행은 자리를 깔고 앉아 막걸리 한잔을 걸치며 담소를 나눕니다. 담아온 보온병에서 커피까지 마시니 몸이 좀 풀리는 듯합니다. 옆에 서울서 오신 분들은 버스를 타고 넋고개에서 네 시간 걸려 정상에 도착했다 합니다. 내려갈 길을 물어 설명해 드리는데 이분들 연세가 환갑이 넘으신 것 같아 대단하신 분들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아주머니들까지 합세하셨으니 산행 실력이 참 부럽기도 합니다.

 

 

 

 

넋고개 방향의 힘찬 산맥

 

하산길은 주록리의 임도를 따라 갑니다. 꼭대기에서 주능선길로 한참 내려오다 푹 꺼진 안부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임도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낙엽송 숲이 나오다가 곧 잣나무 숲이 등산객을 맞아줍니다. 개인적으로 이 길을 아주 좋아하고 즐기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길을 걸을 때마다 나무를 심은 주인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할 정도로 나무를 훌륭하게 잘 가꿔놓았습니다. 삼림욕장으로 조성해도 충분할 만큼 뛰어난 숲입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주록리의 임도 숲

 

 

 

낙엽송들 사이로 난 산길

 

낙엽송 숲과 잣나무 숲 사이로 난 임도를 따라 아주 천천히 걸어갑니다. 숲길은 지극히 평탄하고 넓기까지 해서 편안하고 여유있게 거닐 수 있습니다. 봄철 오월에 오면 길가에 고비와 바디나물 질경이 같은 산나물이 지천으로 깔려 있습니다. 일행은 걷기 좋은 숲길을 알게 된 것을 기뻐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눕니다.

 

 

 

 

울울창창 잣나무 숲

 

 

 

 

낙엽송 숲길을 걸어가는 일행

 

한참 동안 임도를 따라 걸어가다가 보면 오른쪽 동남 방향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옵니다. 여기서 작은 고개를 넘어가면 영원사 쪽으로 임도가 계속 이어집니다. 낙엽송 숲 다음에 이쪽은 참나무와 소나무 종류로 이뤄진 숲입니다.

 

 

 

 

고개 넘어 영원사로 향하는 길

 

다시 산행을 시작한 영원사로 돌아와 네 시간에 걸친 이천의 최고 봉우리 원적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점심도 간단히 떼운 일행들 모두 뱃속이 허전하여 서둘러 산 아래로 향합니다. 장동리 마을 앞에서 원적산 전경을 한 장 담아봅니다.

 

 

 

 

장동리에서 본 원적산 전경

 

 

 

 며칠 뒤 눈 내린 원적산

Posted by 2000가지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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